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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자금 양성화 투자사기 주의보

이야기/사기|2021. 4. 17. 21:32

 

최근 지인으로부터 한 연락을 받았는데, 자신이 투자를 받게 되었으니 사업계획서를 좀 더 이쁘게 꾸며줄 수 있냐는 것이였다.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있는 사업계획서를 왜 굳이 이쁘게 해야하냐라는 나의 질문에 지인은 답했다.

 

지인 : 금액이 커서 숫자좀 만져야 할 것 같아요.

나 : 얼마나 투자받길래요?

지인 : 한 오백억정도요.

나 : 그렇게 많아요? 

지인 : 네, 그래서 숫자 좀 만져주시면...

이런식의 답변이 오갔다. 나는 회계나 세무전공은 아니지만, 그냥 단순히 예상매출과 비용지출에 관한 부분정도는 동종업계에 있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건 아니였다. 다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인이 정말로 그 투자금을 받기 위한 것에 있다. 왜냐하면 실체도 없는 것 때문에 일하면 내가 일한 것 역시 무용지물이 되고 마니까. 그래서 나는 질문했다. 

 

나 : 근데 투자자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그렇게 많이나 투자해준다고 하나요?

지인 : 아 그 자금이 지하에 있는 돈인데 양성화 시켰다고 하더라고요.

나 : 그런 돈도 있나보네요. 돈 있는건 확실하대요?

지인 : 네, 제가 보고 왔어요.

나 : 500억 전부다 있는 것을요?

지인 : 아뇨 한 2조정도 있던데요.

나 : 우리나라에 현금을 그만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손에 꼽을 것 같은데 2조가 통장에 있다고요?

지인 : 네. 잔고증명서랑 통장사본으로 본거에요.

나 :  잔고증명서도 사본이고요?

지인 : 네

나 : 그러면 그 계좌로 한번 만원정도 쏴보고 잔고보자고 해보시지 그랬어요.

지인 : 그래서 보고 돌아온 후에 말은 해봤는데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나 : 아니 근데 그게 진짜에요?

지인 : 설마 잔고증명서를 위조했을까요?

나 : 그래도 좀 터무니 없는데, 혹시 뭘 요구한건 없고요?

지인 : 아 있어요. 1억요.

나 : 투자받는데 조건이 1억을 내라고요?

지인 : 양성자금을 국세청하고 기재부에 신고 완료했고, 세금을 내야하는데 약 80억정도 내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나 : 그럼 78억은 어떻게하고요?

지인 : 78억은 2억만 있으면 그쪽에서 풀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 :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고요?

지인 : 뭐 보증보험료 얘기하기는 했는데... 잘은 모르겠네요.

일단 나는 지인의 말을 듣고나서 지인이 요구했던 사업계획서를 꾸며주었고, 지인은 다음주에 투자자라는 불리는 사람과 미팅을 잘 끝낼 수 있었다. 그 날 만나서 투자계약서까지 잘 마무리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지인에게 서명한 계약서 좀 볼 수 없냐고 물어보았고 계약서를 보니 딱히 지인에게 악조건이 되는 것들은 없어보였다. 

 

지인은 향후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는데, 계약서를 작성한 날이 월요일이라면, 화요일에 1억을 주고, 수요일에 1000억정도를 넣었다 뺐다 해서 잔고를 확인시켜주고, 이후 정해진 날짜안에 투자를 이행하겠다라는게 그들의 계획이였다. 지인이 1억을 준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인이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1억을 입금하기 전에 1000억을 넣었다 뺐다 한 후 잔고를 보여주는 것" 

 

근데 그 자칭 투자자라는 사람은 1억을 입금하기 전에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직 세금을 치루지 않아서 묶인 돈이라 세금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에야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어느정도 일리 있는 말이지만 지인은 결국 1억을 주지는 않았고 이 일은 그대로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이 사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요점은 "1억주면 1000억 투자해줄게"라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투자자들이 회사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는 없다.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1억을 주지 않으면 투자를 안하겠다라는 말은 "너의 1억이 필요해"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라면 본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에게 1억을 받고 1000억을 투자해 줄 수 있을까? 나는 세상에 이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아니 딱 한명 있을수도 있다. 손정의라면...)

 

내가 사기라고 생각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1.정말로 1억을 주고 2조가 생긴다면, 나는 내 신용 전부를 써서 1억을 만들어 내가 직접할거다.

2.잔고증명서는 지인과 투자자가 만난 날짜가 아니라, 한달전의 잔고증명서였다.

3.실체가 분명하지 않다.

 

여기서 실체가 없다라는 것은 오로지 지인의 말만 듣고 작성한건데 지인이 그 투자자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한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않는 듯한 사무실이라는거였다. 지인도 사업을 하고 있고, 오랫동안 사람이 없을 때 그 특유의 냉기가 있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회의실이나 사장실이나, 다른 방 모두 책상이나 어디위에 사업자료로 불릴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역시 일한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곳이라고 했다.


물론 정말로 2조가 들어있는 통장일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라는 것은 누가봐도 맞을 것 같다. 이러한 투자사기는 대부분 먼저 투자를 받는 쪽에서 무언가를 해주어야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나는 이게 낚시라고 생각한다. 투자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와의 계약을 이어준다라면서 선 조건이 붙는다면 개인적으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은 당신의 돈을 보고 오는 것이지 절대로 당신의 아이템이 좋아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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