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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리뷰 시스템에 관한 고찰

이야기/Other|2021. 8. 31. 22:16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나쁘지 않은 가게에서 주문하면 별점5점을 준다. 그런데 영화를 볼 때면 10점만점의 10점을 주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10점짜리의 영화에 견줄만한지 비교를 하게 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식당 비교는 더 쉽지 않나? 살면서 영화관에 간 횟수보다 식당에 간 횟수가 더 많을텐데. 그리고 내 기억에 남는, 혹은 나만 알고있는 "찐" 맛집도 존재할텐데. 이상하게 각각 만점을 주는 행위가 배민에서는 쉽고, 영화에서는 어려운 것 같다. 이 글을 쓰게되는 이유는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배민 블랙리스트 짤방을 보고나서다. 먼저 해당 짤방을 보자.

 

업주의 입장은 글쓴이가 3점만 계속 주는 바람에 전체적인 평균점수가 내려갔고,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이다. 업주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간다. 우리 부모님 역시도 자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가게가 세간에 보여지는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 역시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생각에도 3점은 조금 박한 숫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영화로 예를 들어보자. 영화는 대부분 10점 만점이고, 내 개인적으로 영화가 "나쁘지 않다"고 하면 7점~8점정도를 주게 되는 것 같은데 5점만점으로 환산해보면 7점->3.5점이다. 배민으로 보면 상당히 낮은데 솔직히 영화에게 주는 평점과 배민 리뷰평점을 주는 잣대가 왜 다른지 아직도 모르겠다.

 

1.가점 및 감점방식

가점이나 감점을 한다는 것이 웃기긴 하는데 달리 표현할 단어를 못찾겠다.


먼저 배민같은 경우에는 위의 한 댓글처럼 아무런 단점이나 흠이 없다면 기본을 5점으로 두고, 큰 문제점이 있다면 감점을 하는 방식으로 유저들이 접근하는 것 같다. 


영화같은 경우에는 그 반대로 0점을 시작으로 위로 올라가는 듯한데, 나처럼 내 안의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 점수를 주거나, 이 영화가 괜찮다면 7~8점대를, 재밌다면 8~9점대를, 또 보고 싶거나 큰 인상을 받았다면 9~10점을 주는 것 같다. 

 

2.영화와 배민의 차이

솔직히 말해서 영화나 배민 리뷰나 다 낮은 평점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영화같은 경우 소위말해 영화가 망한다면 경제적인 타격은 일반적인 가게에 비해 훨씬 크다. 다만 우리는 평점을 줄 때 이 영화가 망하든 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배민같은 경우 위의 댓글들처럼 업장의 존재에 대해 큰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배민같은 업장은 우리집 근처에 있고 영화 제작사는 어디있는지도 모를 곳에 있어서 그런걸까? 망함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제작사의 입장이 더 큰데말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배민을 이용할 때 더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되는 것도 있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하게 되는데, 배민리뷰는 조리시간이나 배달시간, 배달기사의 서비스 품질, 맛 등 영화보다 더 많은 것이 모여 별점을 이루게 되는 것 같다.

 

별점을 없애면 어떻게 될까?

일부 언론이나 댓글 의견으로 별점제도를 폐지하고 재주문율로 소비자가 식당을 판단할 수 있게하자는 글이 있었다. 현재의 별점제도는 솔직히 말해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무기가 되었고, 식당에게는 인질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을 받고, 먹을 권리를 떠나 "서비스"를 "서비스"로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식당들도 이 "인질"을 잘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을 가져다줘도, "별점 이벤트"를 참여한 소비자에게 준 서비스로 3점받을 것을 5점으로 받곤 하니까. 나 역시도 정말 맛없는 닭강정을 먹고 별점을 5점 주었으나 "사장님에게만 보이게"라는 기능을 이용하여 맛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작성한 적이 있었다. 이 이후로 별점 이벤트를 참여하지 않게 된 계기였다. 


다만 "별점 이벤트"가 소비자와 식당간 상호이루어진 계약관계라고 하더라도 별점을 참고하는 또 다른 소비자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집이 맛없지만 마지못해 5점을 줬던 식당을 본 다른 소비자는 정말 맛있는 식당인줄 안다는 거다. 저번 영화가 재미없다고 영화관을 안찾는 손님은 없지만 식당은 다르다. 이번에 맛 없으면 다음에도, 이후에도 안찾는다. 과연 별점을 사는 행위가 "지속적인 측면"에서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권리금을 받고 가게 매각을 노리는 사장님에게는 좋은 일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돌아와서 재주문율로 소비자가 판단하게 되면 어떻까? 공평하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배민에 등록된 모든 업체가 위에서 말한 "지속적인 측면" 즉 단골을 늘리는 행위에 극한되어 있지는 않을거다. 예를들면 관광지 같은 경우 다시 방문할 일이 현저히 낮다. 이 외에도 특수한 곳에 위치한 업체에게 불리한 방식일 것 같다. 


물론 모두가 만족할만한 방법이 존재하진 않겠지만 현재의 별점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마무리하며

결국 별점은 "점수"다. 이 점수는 이 가게를 이용함으로써 경험했던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그런데 이 평가가 거짓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기본 점수가 3점을 주는 소비자가 정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지만 "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소비자에게 판매를 안하는 것도 업주도 잘못은 없다. 다만 이런 규칙을 정해놓은 배민이 업주와 소비자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뢰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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