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년생이 친구가 아닌 이유.
2019년 새해가 되면서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법률이 있었다.
'연령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이다.
벌써 9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발의'했다고 '채택'이 된건 아니다.
난 저 당시 발의했다는 사실만 알고있었고, 어떻게 되가나 궁금했다.
검색결과 아쉽게도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발의 한 내용을 보면
길지않아서 좋긴하다. 꽤나 흥미로운 주제기도 하고,
사진을 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사용하는 방법이 3가지가 있다.
1. 새해마다 1살찍 증가하는 '세는 나이'
2. 민법등의 법률관계에서는 출생일부터 연령을 계산하는 '만 나이'
3. 청소년 보호법등 일부 법률에서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연 나이'
법안발의에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네번째 나이는 '빠른 나이'다.
이 법안에서는 이러한 표시방식 차이로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에 기반한 서열문화 조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물론이고,
외국과 다른 연령 기준으로 인한 정보전달의 혼선,
특정 월에 대한 출산기피 현상이 이 법률의 주 이유였다.
한국처럼 새해마다 증가하는 세는나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하는데,
이것의 문제점이 뭐냐면 12월생 출생일 경우 태어나자마자 1살, 한달 뒤 바로 2살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외국에선 우리나라의 나이를 korean age라고 부를 정도니까,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긴 한가보다.
당장 이 법이 시행된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혼란이 있긴하겠지만(무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안정기에 든다면 편해지긴 할 것 같다.
나 역시도 이것저것 인물들을 찾아 볼 때 나이에 대한 불편한 점이 있다.
예를들면 연예인의 기사가 익명처리되어 A군(21세)로 표시될 때,
기사마다 만나이, 연나이 쓰는 것을 제각각으로하여 특정짓기가 힘들다.
나무위키에서는 실존 인물에 대한 세는 나이 사용은 금지.라는 규정이 있는 것도 신기하다.
세계적으로 나이셈법이 다르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1950년 이후에 만 나이를 쓰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에 만 나이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도 만나이를 사용한다고 한다.
나이에 대한 셈법기준을 보면 좀 어려운 내용이 많이 있긴하다.
원년을 '0년'이 아닌 1년으로 보는 역법의 햇수 세는 방식에 기초한건데
서기 1년의 직전년도는 0년이 아니라, 기원전1년이라고 하니까
어쩌면 역법을 기준으로 한 햇수는 애초에 잘못되었고,
시간 기준이 맞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이라는 사전적인 정의도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나이'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동 식물 따위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다.
옆나라 중국의 사전을 보자면
연령, 한 사람이 출생을 시작으로 생존까지의 시간을 계산한 것.이라고 나온다.
즉, 사전적인 의미부터 우리나라는 '햇수'에 기초했고,
중국은 '시간'에 기초했다고 볼 수 있겠다.
만약 법안이 통과됐다면 '나이'에 대한 정의부터 바꿨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나때는 있었던 빠른년생의 합리성부터 보자면,
2000년 출생 1살
2001년 2살
2002년 3살
2003년 4살
2004년 5살
2005년 6살
2006년 7살
2007년 8살
이러면 2000년생들이 2007년에 8살이고, 입학을 하게 되는데
빠른년생이 존재했던 법령을 보면
'만 6세가 된 익일이후의 최초학년부터 만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학년말까지 취학시킬 의무가 있다'였다.
쉽게 풀어 말해서, 우리나라의 입학기준은 3월이고,
200년생 출생자와, 2001년 1,2월 출생자는 만6세가 되기 때문에 소위말하는 빠른입학이 가능했다.
'그럼 같은 시간대의 교육을 받으면 친구냐?' 이건 잘 모르겠다.
지금의 20대 대부분은 친구중에 '빠른생일'을 가진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거다.
동반입대했던 친구는 3월말이 생일이지만 '빠른'으로 학교에 들어왔고 나랑은 친구다.
말년에는 다들 말 놓을 때, 4월생인 후임이 나한테는 '형'을, 내 친구에게는 '야'라고 했다.
뭔가 참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족보가 꼬이게 되는 문제가 있는데
사실 나는 '친하면 친구'라는 입장이라 나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나이가 계급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향신문에서도 이런 빠른년생 족보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하다보면 지구촌 사회에서 얽히고 얽히다
유재석님과 송해선생님이 친구를 먹는 사태가 발생할수도...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부분의 빠른년생들이 좀 졸렬한 것은 맞다.
보통 군 전역 후, 서른살쯤에 자기의 나이를 세탁하곤 하는데,
남들한테 빠른 나이를 지우고 자신의 기존 나이를 인정한다는 것.
우리나라가 법적인 '만'나이를 일상생활에서 쓸 때는 돌잔치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돌잔치,첫돌 이런식으로 표현하고, 축하문구에는 '첫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쓰곤 한다.
돌잔치의 사전적인 의미도 '첫돌이 되는 날에 베푸는 잔치'
영어로는 'first-birthday party'라고 하는데,
이것을 보면 세는 기준이 햇수가 아니라 시간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생일은 '태어난 날'인데 그렇다면 태어난 시점이 first birthday여야 하지않을까?
국립국어원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생일은 내가 태어난 날짜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돌은 따지고 보면 태어난 날의 2회차인데,
첫 생일이라고 쓰는건 어패가 있다 첫 돌이라는 표현도 '첫'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안된다.
돌잔치에 '첫생일, 첫돌'은 틀린표현이다' 라는 글이였다.
이 질문자의 관점으로 보면 생일의 사전적 의미에 따라 세는 나이로 기준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글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답변을 보자면
'생일은 세상을 태어난 날을 의미하기도 하고,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을 의미하기도 한다
돌의 의미로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행사'라면 첫생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인데...
행사기준으로 '첫'이라는 표현을 쓴다는게 별로 시원한 대답은 아닌 것 같다.
법적으로 '만 나이를 쓰자'고 하는 건 개인적으로 찬성이였는데 아쉽게 됐다.
물론 당장 이렇게 쓴다면 많은 혼란이 올 것은 분명하다.
민법과 청소년보호밥상의 나이 기준도 다시 재정해야 할 필요도 있을 거고,
우리니라의 나이의 계급문화도 사라질려나?
내 결론은 이렇다. 친하면 나이가 어딨나, 그냥 친구지.
단, 현재의 빠른년생분들이 '졸렬'하게 입맛에 맞는 나이를 말하지 않고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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