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공감부족, 헤어지는 중 입니다.
"오빠는 너무 공감능력이 없어."
여자친구가 했던 말이다.
나는 이 대답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 나를 이해해 줄 수는 없는거야?"
"여태껏 이해해 왔으니, 이제라도 말을 하는거 아닐까?"
뭐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근데 나도 여태껏 이해해온 것들이 있다.
나도 그럼 이것들을 꺼낼때가 된건가 싶기도 했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다.
헤어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나는 앞으로도 이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공감능력'을 키우거나 그것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면
정말 헛된 망상이다.
나는 여자친구를 위해 공감을 해주거나, 이것을 위해 더이상 노력할 생각이 없다.
이유는
- 여자친구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지금도 노력중이다.
- 이 이상 노력하긴 힘들다.
- 안맞는다면 나랑 만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자친구를 위해 공감을 노력해서 해야한다면 계속 이래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힘들게 만날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내 인생에서 더 스트레스만 받지 않을까?
더군다나 결혼까지 한다면 정말 내 인생이 끔찍해질거다.
나는 그래서 "나를 희생하면서" 누구를 만나고 싶진 않다.
굳이 내가 '난 이렇게 저렇게 너를 이해하고 있는데'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서로 노력해야 좋은 관계가 되는 것도 안다.
누구는 그럴 수도 있다.
'서로 털어놓고 고쳐가야 발전한다'고.
근데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노력하고 있는데, 이 이상은 정말로 안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이해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코골이하는 상대가 싫다면, 헤어지는 것이 맞다.
고칠 수 없는걸 어떻게 하나?
내가 희생할 수 있는건 오로지 내 가족뿐이다.
가족이 되지 않는 여자친구는 '남'이다.
이제 더이상 나를 이해하기 힘들다면 그만두는게 맞다.
여자친구는 이런 고민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럴거면 왜 만나니, 헤어지렴.'이라고 하셨단다.
이런 말을 굳이 나에게 꺼낸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들렸다.
'오빠가 고치지 않으면 나는 헤어질거야.'라고.
헤어지고 싶으면 그냥 헤어지고 싶다고 하면되는거지,
어머니의 말까지 나에게 할 필요가 뭐가 있나?
아직 한번도 뵌적도 없는 분에게 나는 이미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딸의 남자친구'가 되어버렸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좋은 것을 배웠다.
남의 치부나 단점을 드러내면서까지 나의 고민을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상대를 깍아내리며 나의 고민을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걸 아는 순간 내가 비참했다. 나도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이걸 우리 엄마가 듣는다면 어떨까?
우리 엄마도 '너를 이해해주는 여자를 만나렴.'이라고 하지 않을까?
데이트 중에 어떤 공원을 돌던 중,
여자친구가 뭐라하길래 '자기의 아버지에게도 함 물어봐봐'라고 했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우리 아빠는 오빠 싫어해'라고 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4년동안 만나왔는데 딸의 남자친구를 싫어하면 그냥 헤어지라고 강요하시지 어떻게 참으셨나 싶다.
그리고는 장난스레 '딸의 남자친구는 다 싫어하시더라고'라고 하는데, 참..ㅎㅎ
순간 어이가 없고 당황했지만, 난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이해했다.
나도 여자친구의 친구 중 싫은애가 있기 때문이였다.
뭐.. 나도 여자친구의 친구를 본적이 한번도 없다. 페미니스트라고 했으니까.
페미니스트니까 만날려는 노력도, 솔직히 말해 관심을 넘어 싫었다.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을 여자친구에게 들으면서 싫어졌다.
그래. 이건 내가 누군가를 보지도 않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도 나에게 그럴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거 아닐까?
맞다. 모두 다 내 잘못이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난 내 얘기를 주위에게 잘 하고다니지 않는다.
내 얘기를 하다보면 나의 단점이나 치부가 드러난다.
이것들이 알려지면 내 약점이 된다.
상대방 집의 수저갯수까지 알정도로 친하다고해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는거다.
그래서 난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게 정말 싫다.
내가 힘든것을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다.
상대방이 이해해준다고 해서 나아지는게 없으니까.
해결이 아니라면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
'마음이 그래도 편하잖아요.'라고들 하지만,
그것들이 언젠간 나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다.
아마 내가 이런 마인드로 살아왔기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공감이라는 것을 잘 못해주는 걸 수도 있다.
"원래 100가지 장점이 있더라도, 한가자의 단점이 보인다면 사람이 미워진다니까?"
이런 나의 말에 여자친구는 답했다.
"응. 그래서 그 한가지때문에 미워보이더라고."
나를 두고 하는 말이였다.
난 그런 의도로 말헌 것이 아니였다.
한가지 단점정도는 포용하길 바래서 했던 말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한가지 단점만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 한가지때문에 미워보이더라고."라는 말이 참 야속했다.
그 한가지의 단점이 정말 '미워질정도로 싫은 것'이라면 헤어지는 것이 맞다.
근데 왜 헤어지자고 안하는걸까?
미운사람 만날 정도로 인생이 긴 것도 아닌데.
4년동안 만남에서, 나는 여자친구에게 꽃을 사준 적이 없다.
꽃같은 것은 내 개인적인 기준에서 그렇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여자친구가 그간 몇번이고 "꽃을 사달라"고 어필한 적이 많았지만 사주진 않았다.
어차피 순간이고, 집에 가져가면 한곳에 방치해두고, 시들어버리는 거 아닌가.
그럴 바엔 그 돈으로 더 맛있는 것을 먹자는게 내 취지였다.
그리고 "꽃을 좋아한다"라는 여자친구가 꽃을 사는 모습을 4년동안 본적이 없다.
나에게는 10만원짜리 밥보다 2만원짜리 꽃이 아깝다.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걸 어떡하라고..
어느날은 아이폰을 사서 잠금화면에 내가 그린 꽃을 설정해놓고
아이폰을 선물해줬다. 잘 그린것은 아니지만, 내 나름의 최선이였다.
생화를 주는 것보다는 꽃을 좋아한다는 여자친구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꽃이였다.
시들어버리지 않는 꽃.
일년이 지난 후 내가 그린 꽃 그림에 대해 묻자 지웠다더라.
모르고 지웠을 수도 있다.
그러고도 정말 생화를 사주기를 바랬다.
알고서도 못사주는 내가 참 찌질하다.
사람은 다 이기적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나는 잘했는데, 너는 못했어.'라고 생각하기 일쑤니까.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여자친구를 욕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다. 나도 잘난사람은 아니고, 못난사람이다.
찌질하고, 이기적이며,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여자친구도 나에대해 더 많은 불만이 있을거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지금 심정은 그것들에 대해 내가 여자친구를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까지 여자친구의 기사노릇 하는 것도 지쳤다.
종합해보면 나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이미 "나쁜녀석'이 되어버렸다.
결혼할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찝찝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보면 난 그래도 꽤 괜찮은 녀석인줄 알았는데.
유희열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사람과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십시오.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그런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 입니다.'"
이제 나의 찌질한 연애의 마침표가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을바람이 참 시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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