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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세상의 전부일까?

이야기/Other|2020. 11. 16. 17:03

"오빠는 나랑 가치관이 안맞는 것 같아"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꽤나 오랫동안 알고 왔던 여자동생이 했던 말이다. 맞다. 이 친구랑 내가 결혼할 것도 아니고, 사귈 것은 아니라서 이 말을 듣고서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만약 사귀는 사이에도 이런 말을 듣는다면 나는 오히려 찬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왜냐면 헤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가치관이 맞지 않는 상대랑 평생을 기약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 이니까.


먼저 이 친구가 이러한 멘트를 나에게 날리게 된 경위를 보자면 이 친구의 직장얘기가 나와서 그랬다. 이 친구는 나에게 자신의 직장생활이 힘들다라고 예전부터 얘기했었다. 그만둘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친구가 이 회사를 들어오게 된 경위에 있다. 자신이 면접보고 들어간 회사가 아니라, 가까운 친척의 회사였고 일손이 필요해 들어가게 된 것. 가족들의 돈도 그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회사에 많은 신경을 써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 친구는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때려칠까"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친구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학위욕심이 있던 탓에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고 있긴하다. 때문에 대학원을 진학할려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고, 나는 그 과정에서 일부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남 인생인데 니가 왜 하라마라야?"라고 할 수도 있어서 미리 얘기하자면, 이 친구가 나에게 단순히 자신의 상황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미술쪽을 전공할때 큐레이터를 전공했는데, 솔직히 말해 돈이 되는 업은 아닌 것 같다라는게 내 생각이다.


"니가 전공한건 별로 돈이 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진학하지 말지 그래?"
"나도 그걸 알고 있어서, 대학원은 그걸로 안갈려고"
"생각해둔거 있어?"
"응. 미술치료 쪽으로"
"갑자기 생각한거야 아니면 이전부터?"
"이전부터 대학원은 이쪽으로 할 생각이였어."
"그럼 괜찮을 것 같다. 만약 다른거라면 난 별로 추천해주고 싶진 않네"
"왜? 난 학위욕심 있는데"
"배울 수 있을 때 배우고, 욕심있는 건 좋은데 마냥 그럴 나이도 아니니까"
"난 돈이 인생이 전부라는 생각은 안해"
"기분나쁘라고 하는 얘기는 아닌데, 내 주위에 그런 말하는 사장님 치고 돈 잘버는 사장님 없더라고"
"내가 돈이 많은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야"
"글쎄, 정말 배고픈 사람에게(가난한 사람) 질문해도 같을까? 기본적인 돈이 필요한것도 사실이야"
"난 그정도로 가난하진 않아."
"맞아. 너도 누구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지. 난 너의 기준을 모르니까 하는 얘기인데, 니가 막상 내일 당장부터 먹을게 없어서 허덕이고 있다고해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 들거라 생각해?"
"지금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모르겠다. 오빠는 나랑 가치관이 안맞는 것 같아"


대화는 이런식으로 이뤄졌는데, 물론 이 친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해서 그런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잘못됐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래의 표를 한번 보자.

소득금액별 삶의 만족 점수인데, 그래프를 보면 중남미 기준으로 연 4만달러를 벌때 가장 행복했고, 세계기준으로 봐도 8만달러(약 8800만원)은 되야 삶의 만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우리나라의 평균임금은 4만2천달러로 8만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4만2천달러쯤 벌거나 그 이하를 벌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프를 보면 알듯이 8만달러까지는 벌수록 삶의 만족이 올라간다라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요즘은 숨만쉬어도 돈이 나간다고  한다. 내 취미를 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맛집을 다니거나, 운동을 하거나해도 전부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삶의 만족"이란 무엇일까?


숨만 쉬어도 행복한 삶?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는 삶?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삶? 정답은 각자의 생각에 있지만,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다시 이 친구를 예로 들면, 이 친구가 그렇게 욕심내는 '학위'도 결국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은 정작 '돈이 필요 없는 삶'을 추구하고, '배움'에 욕심이 많다고 하지만, 그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빼놓고 자신의 '삶'을 얘기한다. 약간 아이러니하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회에서 "돈"은 나쁜 것. 악하다.라는 느낌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가치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을까? 전혀 이상한게 없다. 오히려 당연한 것 이다. 돈이 있어야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다. 




여담으로, 이 글을 쓰는 시점 2020년 11월 16일에 인터넷에서는 "혜민스님"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다. 이유인 즉, 그가 한창 무소유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렇지 못했다라는 것에 있는데, 난 이 친구에게 했던 말을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기분나쁘라고 하는 얘기는 아닌데, 내 주위에 그런 말하는 사장님 치고 돈 잘버는 사장님 없더라고 혜민스님을 빼고 말이야"라고.


아무튼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나의 만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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